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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 나의 루과장

열일하는 땅 : 자판기를 운영하며

by 부미녀 2020. 3. 15.

매일매일 일본 건물주로서 살아가는,

일어나는 것들.

 


부동산은 땅이다. 뭐 당연한 말을 하느냐 싶겠지만

그동안 아파트 위주로 투자해왔던 사람인지라 건물을 산 이후 "땅" 을 소유한다는 기분이 들고 있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는 땅은 약 40평정도이다. 그 위에 건물과 주차장 부지가 있다.

그리고 깨알(?)같이 자판기가 한 대 있다.

나 대신 땅이 임대도 주고 주차도 해주고 하면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즉 그 땅이 날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다 준다.

반은 땅이, 반은 건물이 돈을 벌고 있다고나 할까. 땅이 없으면 건물도 없고, 건물이 없으면 임대를 줄 수 없기 때문에... 표현하자면 그렇다.

그렇게치면 아파트든, 주택이든, 사무실이든 지분이 있으니 마찬가지 아니냐 할텐데, 맞다. 마찬가지이다.

부동산은 그 자체만으로 "땅"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땅을 소유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은 임대료나 주차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자판기인데.


일본은 자판기의 나라이다. 어딜가도 자판기가 있다.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음료수, 간식 자판기부터 아이스크림, 꽃다발, 담배, 술 등등 별 게 다 들어가 있다.

일본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대략 5,520,000개의 자판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전체영토에 대비 자판기 비율은 세계 최고이며, 연간 자판기 매출은 거의 6조95백만 엔에 달한다.

일본정부관광국

https://www.welcometojapan.or.kr/indepth/cultural/color/vendingmachines.html

 

그동안 일본을 자주 다니면서 자판기에서 음료를 정말 많이 뽑아 먹었는데,

그러고보니 그 자판기도 어딘가의 "땅 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자판기도, 어느 누군가의 소유의 땅 위에, 있다.

그렇다고 함은?

땅을 공짜로 빌려주진 않았을테고??

그 땅의 소유자는??

그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직접 자판기를 대여/구매하여 운영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판기 업체가 입점하여 운영하는 형태이다.

즉, 나는 땅만 빌려주고 자판기회사(또는 대리인)는 자판기를 가져다놓고 판매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본에서는 자판기 상품의 판매량에 비례하여 일정의 수수료를 지주=땅주인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판기 물건이 많이 팔리면 팔릴 수록 지급되는 수수료는 늘어난다.

일정금액을 담보로 해서 자판기 설치할 장소인 땅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내가 산 땅이 자기 몸(?)위에 자판기를 놓음으로써, 나는 아주아주 작은 자판기 "사업"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지켜보는 것 뿐이지만서도. 이게 바로 땅의 매력 아닐지? ㅎㅎ

내가 별 일을 하지 않아도, 땅은 알아서 돈을 벌고 있다. 감사하게도.

 

그리고... 의외로 그 자판기 수수료 매출이 꽤 괜찮은 편이기도 하고. (매월 치킨 수 십마리 정도를 선물해준달까.)

땅이 일하게 하는, 부동산 투자의 묘미를 자판기에서 찾게 될 줄이야.

이제는 월초마다 전월의 자판기 매출을 보는 것이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이자 낙이 되었다.